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년간의 영화 중 베스트 10을 뽑아봤습니다. 예상하셨을까요? 다 독립영화입니다. 원래 이 리스트는 이번주 씨네 21에 실릴 예정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일에 얽힌 약간 웃긴 이야기가 있어요.
일단 리스트는 이렇습니다 (가나다순)
199-322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 (이현정, 다큐멘터리, 110분, 2006)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부제) 하루에 십분씩만 들여다봐도 코펜하겐식 이별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 (윤성호, 극영화+다큐멘터리, 40분, 2004)
농가일기 (권우정, 다큐멘터리, 85분, 2004)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총연출-이마리오, 감독-이훈규, 오종환, 이재수, 최은정, 태준식, 김천석, 전경진, 나루, 김환태, 권우정, 조두영, 조대희, 최세일, 박일헌, 이수정, 정일건, 다큐멘터리, 110분, 2006)
새끼여우 (이유림, 극영화, 28분, 2007)
아스라이 (김삼력, 극영화, 85분, 2007)
아빠가 필요해 (장형윤, 애니메이션, 10분, 2005)
안다고 말하지 마라 (송혜진, 극영화, 32분, 2002)
영재를 기다리며 (김종관, 극영화, 4분 30초, 2005)
정당정치의 역습 (곡사, 극영화, 25분, 2006)
이건 뽑은 이유입니다.
...어떤 영화를 꼽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열편을 골랐다. 개인적인 순위이다 보니 최근작이나 편애하는 감독의 영화가 중심이 된 리스트 같아 다소 부끄럽다.
영화 <아스라이>를 보면 독립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주인공이 우연히 독립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직접 영화 만들기 시작하는 장면이 있다. 꼭 독립영화가 아니라도 누구나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이끈 첫사랑 같고 짝사랑 같은 영화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송혜진 감독의 <안다고 말하지 마라>가 그렇다. 우연히 접한 이 영화가 나를 독립영화라는 세계로 이끌었고 그 후 독립영화를 즐겨보며 지낸 6년은 흥미진진한 시간들이었다.
처음 독립영화를 접하던 시기에 나를 가장 충격을 준 건 다큐멘터리들이었는데 <농가일기>는 그때 접한 다큐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6년 작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내가 본 다큐 중 가장 뜨거웠던 다큐로 기억하며 그래서 순위에 넣었다. 이현정 감독의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는 나에게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 영화이다. 실용주의가 나라를 뒤흔드는 요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존감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를 1위로 뽑긴 했지만 지금까지 본 모든 다큐가 마찬가지로 나를 변화시켰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 것에 대해 감독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 소통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즐거운 일이 있게 한 영화들도 순위에 넣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놀라움을 준 <영재를 기다리며>를 통해 김종관 감독을 알게 되었다. 유쾌한 윤성호 감독과의 만남을 만들어 준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과 재치 있는 장형윤 감독을 알게 해준 <아빠가 필요해>,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곡사의 <정당정치의 역습> 역시 언급하고 싶다. 모두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이었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 만나는 많은 경우 중, 한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꾸준히 따라가면서 그의 영화세계를 깊게 알게 될 때가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데, 많은 예 중에서도 이유림 감독의 팬이 되게 해준 그의 영화 <새끼여우>를 꼽고 싶다. 언급된 감독 뿐 아니라 역시 기대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다른 많은 감독들에게도 힘내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에 언급했던 <아스라이>를 꼽고 싶다. 비단 독립영화 뿐 아니라 영화에, 혹은 다른 어떤 종류의 예술이든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이를 위한 영화이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영화를 만들듯이, 나 역시 독립영화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싶다...
이런 글을 씨네21에 보냈는데, 씨네21측에서 결국 싣지 못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다 독립영화만으로 뽑은 리스트가 너무 파격적이고 다른 리스트들과 안 어울렸나봐요. 꼭 독립영화만 뽑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열편 안에 이 독립영화는 꼭 넣어야지 하고 일단 리스트를 뽑아보니 벌써 스무편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른 한국영화나 외국영화는 다른 분들이 많이 뽑으실 것 같아서 그냥 스무편 중 열편을 쳐낸 저 리스트로 갔습니다. 저도 솔직히 열편 뽑으면서 너무했나 싶었는데 정말 너무한 리스트 ;; 였던 거 같아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립영화만 뽑은 것이 너무하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리스트를 뽑아서 보낸 것이 너무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리스트를 받고 당황하셨을 씨네21 기자님들을 생각하니 죄송하기도 하고 괜히 웃기기도 하고 ^^ 아무튼 그렇네요. 씨네21 기자님 다시 한번 죄송하고 창간 13주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잡지 만들어 주세요!
일단 리스트는 이렇습니다 (가나다순)
199-322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 (이현정, 다큐멘터리, 110분, 2006)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부제) 하루에 십분씩만 들여다봐도 코펜하겐식 이별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 (윤성호, 극영화+다큐멘터리, 40분, 2004)
농가일기 (권우정, 다큐멘터리, 85분, 2004)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총연출-이마리오, 감독-이훈규, 오종환, 이재수, 최은정, 태준식, 김천석, 전경진, 나루, 김환태, 권우정, 조두영, 조대희, 최세일, 박일헌, 이수정, 정일건, 다큐멘터리, 110분, 2006)
새끼여우 (이유림, 극영화, 28분, 2007)
아스라이 (김삼력, 극영화, 85분, 2007)
아빠가 필요해 (장형윤, 애니메이션, 10분, 2005)
안다고 말하지 마라 (송혜진, 극영화, 32분, 2002)
영재를 기다리며 (김종관, 극영화, 4분 30초, 2005)
정당정치의 역습 (곡사, 극영화, 25분, 2006)
이건 뽑은 이유입니다.
...어떤 영화를 꼽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열편을 골랐다. 개인적인 순위이다 보니 최근작이나 편애하는 감독의 영화가 중심이 된 리스트 같아 다소 부끄럽다.
영화 <아스라이>를 보면 독립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주인공이 우연히 독립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직접 영화 만들기 시작하는 장면이 있다. 꼭 독립영화가 아니라도 누구나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을 이끈 첫사랑 같고 짝사랑 같은 영화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송혜진 감독의 <안다고 말하지 마라>가 그렇다. 우연히 접한 이 영화가 나를 독립영화라는 세계로 이끌었고 그 후 독립영화를 즐겨보며 지낸 6년은 흥미진진한 시간들이었다.
처음 독립영화를 접하던 시기에 나를 가장 충격을 준 건 다큐멘터리들이었는데 <농가일기>는 그때 접한 다큐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6년 작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내가 본 다큐 중 가장 뜨거웠던 다큐로 기억하며 그래서 순위에 넣었다. 이현정 감독의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는 나에게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 영화이다. 실용주의가 나라를 뒤흔드는 요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존감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를 1위로 뽑긴 했지만 지금까지 본 모든 다큐가 마찬가지로 나를 변화시켰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 것에 대해 감독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 소통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즐거운 일이 있게 한 영화들도 순위에 넣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놀라움을 준 <영재를 기다리며>를 통해 김종관 감독을 알게 되었다. 유쾌한 윤성호 감독과의 만남을 만들어 준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과 재치 있는 장형윤 감독을 알게 해준 <아빠가 필요해>,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곡사의 <정당정치의 역습> 역시 언급하고 싶다. 모두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이었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 만나는 많은 경우 중, 한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꾸준히 따라가면서 그의 영화세계를 깊게 알게 될 때가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데, 많은 예 중에서도 이유림 감독의 팬이 되게 해준 그의 영화 <새끼여우>를 꼽고 싶다. 언급된 감독 뿐 아니라 역시 기대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다른 많은 감독들에게도 힘내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에 언급했던 <아스라이>를 꼽고 싶다. 비단 독립영화 뿐 아니라 영화에, 혹은 다른 어떤 종류의 예술이든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이를 위한 영화이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영화를 만들듯이, 나 역시 독립영화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싶다...
이런 글을 씨네21에 보냈는데, 씨네21측에서 결국 싣지 못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다 독립영화만으로 뽑은 리스트가 너무 파격적이고 다른 리스트들과 안 어울렸나봐요. 꼭 독립영화만 뽑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열편 안에 이 독립영화는 꼭 넣어야지 하고 일단 리스트를 뽑아보니 벌써 스무편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른 한국영화나 외국영화는 다른 분들이 많이 뽑으실 것 같아서 그냥 스무편 중 열편을 쳐낸 저 리스트로 갔습니다. 저도 솔직히 열편 뽑으면서 너무했나 싶었는데 정말 너무한 리스트 ;; 였던 거 같아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립영화만 뽑은 것이 너무하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리스트를 뽑아서 보낸 것이 너무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리스트를 받고 당황하셨을 씨네21 기자님들을 생각하니 죄송하기도 하고 괜히 웃기기도 하고 ^^ 아무튼 그렇네요. 씨네21 기자님 다시 한번 죄송하고 창간 13주년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잡지 만들어 주세요!




덧글
sabbath 2008/04/20 22:56 # 답글
어라. 말씀하신(추측하신?) 이유는 이상해요. 총합을 내서 그것만 실은 기사도 아니고 참여자 모두의 목록을 일일이 다 올렸으니 아무리 전체 흐름에서 벗어난 목록이라고 해도 충분히 의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텐데요(솔직히 이 기사에서 누가 총합에 신경을 쓰겠습니까).게다가 colin2 님 목록 만큼이나 파격적인 목록이 [씨네21]에 이미 실려 있습니다. 뉴욕아시안영화제 공동창립자 고란 토발로빅은 열 편 전부를 홍콩의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에서 제작한 영화로만 꼽았어요. 그 중 여덟 편은 두기봉 감독의 영화죠. 이쯤 되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열 편 모두가 독립영화라고 해서 안 올려줄 정당한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죄송해하실 것도 없을 테고요.
듣자하니 DJUNA 님의 경우 목록을 보냈으나 편집 실수 때문에 누락돼서 다음 주 [씨네21]에 실리게 된다던데, 뭐 그런 식으로 어떻게 안 되려나요. 애초에 제안이 없었으면 모를까, colin2 님의 목록도 충분히 의미있는 건데요.
colin2 2008/04/21 00:50 # 답글
그런가요. 그런데 저 리스트는 독립영화 치고도 상당히 개인적인 리스트라서 실렸으면 좀 그랬을 거 같아요. 뭐랄까, 제가 뽑긴 했지만 한국에서 저 열편을 다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어쨌든 끝난 일이니 상관없어요.두기봉 감독 영화 여덟편이라니 흥미롭네요. 씨네21은 아직 못 샀는데 내일이라도 사야겠어요. 듀나님 일은 재밌네요 ; 누락이라니. 워낙 참가한 사람이 많아서 실수도 생겼나봐요.
그리고 새벗님이 블로그에 찾아와주시니 반갑고 좋네요 ^^